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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 It 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ot to have loved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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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ot to have loved at all

사랑을 버린 죄/장영희 (http://cafe.daum.net/DearJang/7GF/70-모습 바로가기)

 

 선생님, 저 연숙이랑 헤어졌습니다. 아니, 연숙이가 일방적으로 다른 남자가 더 좋다고 저를 버리고 떠나갔습니다. 제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요. 너무나 마음이 아파 제 심장이 꼬깃꼬깃 졸아들어 아주 딱딱한 차돌멩이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선생님, 어느 유행가 가사에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어느 글에도 아프게 짝사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노래도, 선생님도 다 허위입니다. 떠나간 사람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은 너무나 아파서 절대로 감사할 수 없습니다. 짝사랑의 고통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습니다. 죽어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지독한 두통으로 구역질이 납니다.

  선생님, 여전히 제 마음을 가닥가닥 모조리 휘어잡고 휘두르고 있는 연숙이를 어떻게 내쫓아 버려야 할지요. 어제 연숙이와 함께 가던 음악 카페를 지나는데, 이제는 그곳에서 더 이상 기다릴 사람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그 애가 턱을 쳐들고 해맑게 웃던 모습만 보입니다. 더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 절 구해주세요.


지난여름 준영이는 마치 낭떠러지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소리치듯 '구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준영이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인 명애 아들이자 작년에 내 교양영어 수업을 들은 제자이기도 하다. 같은 과목을 수강하던 연숙이를 열렬하게 쫓아다녔지만 예쁘고 새침한 연숙이가 마음을 열지 않아 안타까워하더니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연숙이도 준영이의 구애에 감동받아 소위 말하는 '캠퍼스 커플'이 되었고 가끔씩 손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영작 숙제를 내주면 그저 짧은 문장 몇 개로 때우던 준영이가 몇 장에 걸쳐 쓴 편지를 읽으며 조금은 전통적인 '사랑의 중세'에 슬며시 미소 짓다가, 나믐 그냥 지나치는 사랑의 열병으로 치기에는 묘사가 너무 절박해서 나도 은근히 긴장이 되었다.  

  사실 나는 준영이가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잊을 만하면 가끔씩 소식을 주는 명애에게서 아들의 실연에 대해 짤막한 이메일이 왔었기 때문이다.

  명애는 '실연당한 자식을 보는 게 이렇게 괴로운 줄은 몰랐단다. 저 싫다고 떠난 여자 애를 생각하며 밥을 남기는 못난 자식이 너무나 밉고, 그래도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단다. 사랑을 버린 죄에 대한 벌이 이렇게 혹독할 줄이야.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이제도 가끔씩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나고 미안한 생각이 든단다.'라고 쓰고 있었다.

  '사랑을 버린 죄'--하도 오래전 일이라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명애는 준영 아빠와 결혼하기 전에 당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어떤 남학생과 열렬하게 연애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졸업과 동시에 명애는 오랫동안 사귀던 그 남자 친구와 결별하고 소위 조건이 좋은 준영 아빠랑 결혼했고, 그 남자 친구는 배반의 상처가 너무나 깊어서 자살소동까지 벌였다.

  그런데 너무나 놀라운 사실은, 알고 보니 아들 준영이가 목숨 걸고 좋아한 연숙이는 명애에게 버림받고 나서 독일로 유학 간 이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옛 남자친구의 딸이더라는 것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믿기지 않고 무슨 TV 연속극에나 나옴직한 이야기지만, 나는 '인연'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장 끝에 마침표를 찍듯, 매정하게 끊었던 사랑이 먼 훗날 어떤 인연으로 연결되어 다시 부딪히고 그 마침표는 쉼표, 느낌표로 변하여 문장은 다시 계속되고…….

  물론 순전히 우연의 일치였지만, 과거의 사랑을 생각하며 아름다운 추억보다는 죄나 벌을 떠올려야 하는 명애가 가슴 아팠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사랑을 버린 죄'는 마치 가슴 한 구석에 무거운 돌을 달아놓은 듯, 가끔씩 마음을 흔들어 놓는 무게로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나는 '구해 달라'는 준영이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써 보냈다.
'준영아, 영국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말했단다.  "사랑하고 잃는 것이 사랑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It is better to have loved and lost than not to have loved at all)" 라고. 짧은 동안이나마 그렇게 온 마음 다해 사랑할 수 있었던 연숙이를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렴.....

  사랑의 후유증으로 한 여름 아파하던 준영이는 지금은 군대에 가서 잘 지내고 있다. 아마도 제대할 즈음에는 '선생님, 이제는 저의 대학 1학년을 송두리째 바친 연숙이라는 존재가 흐릿하고 그 애가 턱을 쳐들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잘 생각나지 않아 슬픕니다. 그런데 오늘 만난 미애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사랑은 버리고 버림받고 만나고 헤어지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인가 보다. 때로는 사랑에 상처받고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어림도 없는 일, 어느덧 다시 그 흐름에 휩싸인다.

  사랑의 순환처럼 세월도 흘러 어느덧 찰스 강에 낙엽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치열했던 여름이 지나고 월든 호수에 비친 단풍나무가 가슴 저리도록 아름다운 가을이 왔다. 또한 가을은 찬란한 신파의 계절! 스산한 바람 속에서 떠난 사람을 생각하면서 눈물 한 방울쯤 떨어뜨려도 괜찮을 것 같은 계절이다.

   그리고 사랑을 버린 사람이든 사랑에 버림받은 사람이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게 떠올리며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랑의 추억이 있다는 것은 이 가을에 한껏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축복이다.

<살아온 기적 살아 갈 기적> 에서 자판으로 옮김

 

 故 장영희(마리아) / 전 서강대학교 영문과 교수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혔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57세의 영원한 문학 소녀 장영희 교수(전 서강대)가 2
009년 5월(2009.05.09소천하심) 타계 전 마지막으로 어렵게 남긴 글이라고 한다. 한 글자 쓰고 한참이나 기를 모아 다시 한 단어가 되고... 그렇게 온 힘을 쏟아 엄마에게 쓴 마지막 글이라고 했다.
이젠 비록 장영희 교수님의 아름다운 미소를 볼 수 없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원히 우리들 가슴속에 남아 삶이 힘들 때마다 촉촉한 단비가 되어줄 것이다. 소아마비로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고난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과 소소한 일상에서 잔잔하게 길어 올린 아름다운 글은 수많은 독자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던 장영희 교수님. 그의 아름다운 칼럼과 에세이는 낮은 곳에서 힘없이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승에서 타계하기 직전 장영희 교수님 입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말은 "엄마"였다고 한다.


그의 <사랑을 버린 죄>는 법정스님이 자주 인용하던 글이기도 하다.
법정 스님이 입적(2010.03.11)하시면서 <사랑을 버린 죄>는 다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우리 모두 다 사랑을 버린 죄인이 아니던가! 나를 낳아 준 부모님, 형제자매, 스승, 친구, 연인,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인연들, 꽃나무와 같은 생명체들, 길가에 기어 가는 개미들,
집에서 기르던 동물에게조차 사회가 정해(맺어)준 관계가 아닌 우주질서가 맺어준 인연의 마음으로 다가서서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을 한 번쯤 가져보았을까?

  지난 2012년 가을쯤이었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오른쪽 편마비가 찾아와 집에서 고양이와 온종일 지내시는 어머니께 점심을 차려드리기 위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와 같이 점심을 마친 뒤 잠시 안방 소파에 앉아 창밖에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 곁에 다가가 어깨와 머릿결을 어루만지며

 " 엄마, 하늘나라에 가면 먼저 자리잡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나중에 꼭 찾아갈게~"

  그러자 어머니는 " 그래, 오너라 " 하며 눈을 흘기셨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께 할 말은 아니었지만, 살아서 간직할 수 있는 기억이 천상으로 떠날 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들려드렸다. 그 뒤 어머니는 2013년 추석 연휴  8일 동안의 여정으로 나랑 전국 일주 여행을 떠나셨다가 여행 3일째 마치던 날 밤, 여행지인 경북 안동에서 또다시 쓰러지셔서 안동병원 응급실을 거쳐 새벽녘 춘천성심병원으로 이송하여 만 하루 만에 영원히 내 곁을 떠나셨다. 처음 2007년 2월 14일 밤, 거실에 달린 욕실에서 목욕을 시켜드리다가 쓰러지신 뒤 만 6년 7개월 7일 만에 어머니는 영원히 자유로운 몸이 되셨다. 어머니는 그때 내가 들려준 이야기를 잊지 않고 하늘에서 기다리고 계실까? 한가위 연휴가 돌아오면 가슴 아린 추억들이 아련히 밀물처럼 몰려온다.

※ 평소 장영희 교수님 글을 좋아해 그가 남긴 책은 다 읽다시피 했다. 법정 스님 또한 제가 좋아해 스님이 쓴 책은 거의 다 읽었다. 물론 두 분의 책도 책꽂이에 꽂아두고 일터나 집에서 가끔 다시 읽는다. 오늘도 일터에서 틈을 내어 강의를 듣다가 잠시 머리 식히려고 장영희 교수님이 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다시 읽다가 영어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어 직접 자판으로 옮겨 올려드립니다.^^

댓글목록

아이엘츠님의 댓글

아이엘츠 메일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사람마다 크기가 많이 다른가 봅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그만큼 사랑도 깊어 가길 바래 봅니다. ^^

봄내지기님의 댓글

봄내지기 메일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런가 봅니다. 만났다가 쿨하게 헤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병처럼 뜨겁게 사랑하다가 그 후유증으로 평생을 잊지 못하고 가슴속에 아픔을 묻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화창한 가을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cacao님의 댓글

cacao 메일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작성일

으아 ~~~ 대박 ~~~~ ㅎㅎㅎㅎ

봄내지기님 사실 카카오가 눈이 좀 많이 안좋아져서 글을 읽다가 중간에 멈추고 댓글을 답니다.ㅎㅎㅎㅎ
길어도 너무 엄청 길어요 ㅎㅎㅎㅎ
아무튼 좋은 이야기 려니 하고 짐작만 합니다 ㅎㅎㅎ  한국문학 최고에요 ㅎㅎㅎㅎ

사실 카카오는 책읽는거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군대재대 말년에 부대 내에 있는 진중문고를 거반 다 읽었습니다. 내인생에 있어서 책을 그때 재일 많이 읽은듯 합니다. 한 3천권 넘게 본것 같아요 정말 시간 잘 가더 군요 카카오는 시간 가는 일이 있으면 뭐든 하는 성격이라 ㅎㅎㅎㅎ
 
지금으로 부터 10여년 전 내가 교통 사고로 등짝에 있는 갈비뼈가 8개가 부러져서 거의  죽다 살아났는데
그때 병원에서 입원 하고 있을당시 고등학교 다니던 저의 큰딸 아이가 톨스토이 그 님이쓴 아주 아주 두꺼운
책 한권을 가져다 주더 군요 아버지 병원에 있으면서 심심 하실때 읽으세요 하고... 그책 읽는데 정말 재미 있더군요. 톨스토이 그님이 정말 글 재미있게 잘쓰시는것을 느겼습니다. 해밍웨이 그님 책 보다 더 재미있게 사람에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왈칵 쏫아질때도 있었고 암튼 정말 재미 있었는데 ...

톨스토이 그님의 아내분이 너무 톨스토이 님을 사랑한 덕택에 그 사랑으로 인해 톨스토이 말년이 길에서 객사하는 운명을 맞는 내용을 보고 아이고 그런 재미있는 책을 쓰신분이 인생 말로는 워째 저런다냐 했던 생각이 나는 군요 ....

카카오는 단편 수기로 쓰여진 글을 재일 좋아 합니다. 정말 그 짧은 내용에서 인간이 최대한 에 감동을 받을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이 생깁니다. ㅎㅎㅎㅎㅎ

봄내지기님의 댓글

봄내지기 메일보내기 아이디로 검색 댓글의 댓글 작성일

카카오님, 너무 긴 글을 올려 카카오님의 인내에 한계를 느끼게 한 점 널리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쇤네, 그저 죽을 죄를 졌나이다.ㅋㅋ 톨스토이는 지금도 전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살아있는 위대한 작가입니다. 그는 문학으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곤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렇게 행복한 삶을 누리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늘 외롭고 고독하니까요. 때론 자신의 삶이나 마음을 작품 속에 드러나지 않게 집어넣는 경우도 있죠. 작가도 한 인간이기에 고통을 해소할 대상이 필요합니다. 그게 가장 쉽게 접하고 마음대로 풀어버릴 수 있는 글쓰기, 곧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
http://cafe.daum.net/autooasisnara/FEkS/195 (톨스토이 불륜을 말하다)/석영중 교수(고려대학교)-참 재미있답니다. 시간이 허락하는 회원님은 한번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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